“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성격이 달라진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여행 후 이런 느낌을 표현합니다. 실제로도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예상치 못한 경험들은 우리가 자신을 인식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심리학에서는 개인의 성격(personality)이 비교적 안정된 특성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최근 연구들은 여행이 성격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행이 성격을 바꿀수 있는지 과학적 연구 결과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여행이 인간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여행과 성격 변화의 과학적 근거
📌 성격은 정말 바뀔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는 성격을 일반적으로 ‘다섯 가지 주요 성격 요인(Big Five Personality Traits)’으로 설명합니다.
성격 요소 의미
성격요소 | 의미 |
외향성 | 활기차고 사회적이며 에너지 넘치는 성향 |
개방성 | 새로운 경험과 아이디어에 대한 수용성 |
친화성 | 타인에 대한 신뢰, 공감, 협동성 |
성실성 | 책임감 있고 체계적인 성향 |
신경성 | 정서적 불안정성과 스트레스 반응 정도 |
전통적으로 이 다섯 가지 성향은 청소년기 이후에는 안정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심리학 연구들은 여행이 이러한 성격 요소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독일 인간발달연구소의 장기 연구 사례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는 독일 인간발달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Labor)가 진행한 2013년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독일 대학생 약 500명을 대상으로 1년 이상 해외에서 체류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성격 변화를 비교했습니다.
🔍 연구 결과 요약
- 해외 체류자는 개방성, 외향성, 친화성점수가 눈에 띄게 증가
- 귀국 후에도 그 효과가 일정 기간 지속되었으며, 일부는 장기적인 성격 변화로 이어짐
- 외국에서의 경험은 낯선 문화에 대한 수용 능력, 의사소통력, 자아 효능감(Self-efficacy)을 향상시킴
이처럼 여행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독일 인간발달연구소(IZA) 연구 기반 사례 설명
연구 출처: Zimmermann, J., & Neyer, F. J. (2013). Traveling the World: The Impact of Traveling on Personality Development. IZA Discussion Paper No. 7185.
✅ 사례 1 – 내성적인 성격에서 외향적인 리더로 성장한 대학생 마리(Marie)
배경: 독일 뮌헨 출신의 대학생 마리(가명, 21세)는 대학 2학년이던 해에 호주 시드니로 1년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여행 전 성격:
- 성격검사(Big Five Inventory, BFI) 결과 기준 외향성 : 평균 이하, 개방성 : 평균 수준, 친화성 : 평균 이상
- 평소에는 조용하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꺼려하며, 발표 수업에서 말을 아끼는 성향
체류 중 변화:
- 초반에는 언어 장벽과 문화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교류
- 팀 프로젝트에서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맡게 되었고, 현지 학생과 여행을 다니며 자신감이 생김
- 여러 국가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타인의 가치관을 수용하는 폭이 넓어짐
귀국 후 성격 변화:
- 외향성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연구 중 보고된 평균 상승 폭: +0.2~0.3 SD)
- 발표 수업에서 자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교환학생 서포터로 활동
마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주도하기보다 따라가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먼저 나서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연구 해석:
논문에 따르면, 해외에서의 학습 경험은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이고, 타인과의 상호작용 빈도 증가를 통해 외향성 발달에 기여합니다. 이 사례는 연구에서 언급된 “역할 전환 경험(role transition experience)”이 개인 성격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 사례 2 – 안정적인 사람에서 더 창의적인 사람으로 변한 루카스(Lucas)
배경: 루카스(가명, 23세)는 독일 함부르크 대학의 경영학과 학생으로, 6개월간 태국에서 인턴십을 수행했습니다.
여행 전 성격:
- 개방성 점수: 평균 이하
- 반복적이고 계획적인 일상을 선호,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
체험 중 변화:
- 현지에서 다양한 문제 해결을 경험하면서 기존의 계획적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사고하게 됨
-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다양한 관점의 팀원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듦
- 업무 외 시간에는 현지 시장, 불교 사원 방문, 무계획 여행 등을 통해 일상의 틀을 깨는 경험을 자주 함
귀국 후 변화:
- 졸업 후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며, “불확실성을 견디는 법”을 가장 크게 배운 점으로 꼽음
- 개방성(Openness) 점수는 약 +0.3 SD 증가, 이는 연구에서 언급된 자기 인식(self-reflection) 및 문화 간 비교 경험
- (intercultural learning)이 개방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는 주장과 일치
✅ 사례 3 – 공감력이 커진 ‘친화적 여행자’ 레나(Lena)
배경: 레나는 베를린 출신 간호학과 학생으로, 남미 볼리비아에서 4개월간 의료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여행 전 성격:
- 친화성은 다소 낮은 편이었고, 타인과의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했음
- 자기중심적이라는 피드백을 종종 받아온 타입
체험 중 변화:
- 언어가 달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매일 반복
- 어려운 환경에서 진료를 받는 아이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정적으로 강하게 반응함
- 다양한 삶의 조건을 마주하며 타인의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됨
귀국 후 변화:
- 전보다 감정 이입과 공감 능력이 커졌으며, 친구 관계에서 더 유연해졌다는 평가
- 본인의 간호 실습 리포트에도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웠다"고 기술
성격 요소별로 살펴보는 여행의 심리적 효과
1) 개방성(Openness)
여행은 다양한 문화, 언어, 환경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활동입니다. 이런 경험은 뇌의 ‘새로운 자극’을 선호하는 기능을 자극하며 지적 호기심과 창의성을 높입니다.
사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20대 여성 A씨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세상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이전에는 변화나 새로운 것을 두려워했지만, 여행 후에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설렘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2) 외향성(Extraversion)
혼자 혹은 소수의 사람과 떠나는 여행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는 내성적인 사람에게도 사회적 기술을 확장할 기회가 됩니다.
사례:
배낭여행을 떠났던 내성적인 성격의 대학생 B씨는 “호스텔에서 처음 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말수가 늘고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이야기합니다.
3) 친화성(Agreeableness)
여행지에서 만나는 다양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수용성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사례:
남미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직장인 C씨는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접하니,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이 경험은 이후 팀워크가 필요한 직장 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4) 성실성(Conscientiousness)
자유 여행은 모든 것을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자는 더욱 철저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사례:
유럽을 한 달간 여행한 D씨는 “하루 예산 관리부터 숙소 예약, 교통편 체크까지 혼자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5) 신경성(Neuroticism)
여행은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초기에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반복된 경험을 통해 사람은 점점 문제 해결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사례:
인도 여행 중 고생을 많이 했던 E씨는 “처음엔 당황하고 짜증이 많았지만, 나중엔 작은 문제쯤은 웃으며 넘기게 되더라”고 회상합니다.
장기 여행과 단기 여행의 차이, 그리고 지속 효과는?
1. 여행은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높여 성격에 자신감을 부여한다
여행은 일상과 다른 환경에서 수많은 선택과 문제 해결을 요구합니다. 항공편 연착, 언어 장벽, 길 찾기, 숙소 변경 등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험은 곧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강화하는 계기입니다.
🎯 Bandura(1997)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은 개인이 특정 상황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반복적으로 긍정적인 해결 경험을 하면 내면에서 “나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여행 중 자기효능감 향상 사례:
"혼자 유럽 여행을 갔을 때, 교통 파업으로 이동이 막혔지만 대체 경로를 찾아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그때부터 어떤 일이 생겨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생겼죠."
이 효과는 단순한 행동 수준을 넘어, 성격 요소인 ‘외향성’과 ‘성실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인식하게 되면, 더욱 주도적인 태도와 계획적인 사고가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2. 문화 간 경험은 고정관념을 깨고 인지적 유연성을 키운다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접하는 것은 사고방식의 틀을 흔드는 강력한 심리적 자극입니다. 특정한 방식이 ‘정답’이라는 신념을 흔들고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다양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유연성을 길러줍니다.
📚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이란?
상황에 따라 생각의 방향을 바꾸거나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능력입니다.
이는 성격 요소인 개방성(Openness)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다문화 환경은 이러한 유연성을 가장 강하게 자극하는 경험입니다.
Zimmermann & Neyer (2013) 연구에서도, 해외 체류자는 귀국 후 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타인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유연하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실제 경험 예시:
“한국에서는 늦게 도착하는 걸 무례하게 여기지만, 스페인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은 느긋하게 모이는 게 자연스럽더라고요. 이후엔 타인의 행동을 좀 더 유연하게 이해하게 되었어요.”
3. 여행은 내면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게 만든다 (가치관 재정렬)
많은 여행자들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뭘까?”,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
이처럼 여행은 외부 환경을 벗어난 자리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가치관(value system)의 재정렬 또는 재평가 과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 가치관 변화와 성격 연관성:
가치관이 바뀌면, 행동과 감정의 방향도 바뀝니다.
이는 성격 특성 중 성실성, 친화성, 심지어 신경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과 중심’ 가치에서 ‘균형과 여유’ 가치로 이동하면, 성실성은 유지되더라도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들고 감정적 안정감(신경성 감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례 예시:
“네팔에서 2주간 명상 여행을 하며 ‘꼭 바쁘게 살아야 하는 걸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엔 업무 중심의 삶보다는 균형을 더 중시하게 됐고, 성격도 덜 조급해졌습니다.”
Zimmermann & Neyer 논문에서도, "참가자들이 돌아온 뒤 스스로의 삶에 대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그 변화가 성격의 안정성에 영향을 줬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여행은 나를 바꾸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성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는 유기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은 그 변화의 가능성을 여는 가장 강력한 계기 중 하나입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통해 자기 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경험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우리의 성격을 보다 유연하고 풍요롭게 변화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다음 여행을 떠날 때는 단순히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기보다, ‘이번 여행에서 어떤 나를 만나게 될까’를 기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성격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꿔줄, 작지만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